합성생물학 분야에서 컴퓨터 안에서 설계되어 작동하는 가상 세포(virtual cell)라는 개념이 있다. 단백질과 DNA, RNA 같은 분자물질 수준에서 생명현상을 연구하는 실험실 연구 방식과 달리, 세포의 대사 전반적인 과정을 컴퓨터로 구현해 생명 현상을 연구하고, 이를 미생물 공학에 응용하려는 방법이다. 이와 같이 세포는 사이버 공간에서 존재하므로, 소프트웨어는 세포의 대사 과정을 구현하는 중요한 연구 도구로써 사용되고 있다. 세포의 유전자 형질을 바꾸는 작업을 프로그래밍에 비유할 수 있는데, 즉 특정 대사 기능을 하는 DNA를 하나의 회로 설계로 간주하고, 이를 전자기기 논리회로 설계처럼 할 수 있는 합성생물학 프로그래밍 언어가 개발되었다.

"Cello" 라는 프로그래밍 언어는 미국 MIT의 합성생물학자인 Christopher Voigt와 보스톤대학, 미국표준기술연구소(NIST) 등의 연구진에 의해 개발된 생명체 DNA 회로 설계를 자동화하는 프로그램이다. 전자회로 프로그래밍 언어인 'Verilog'를 응용하여 세포의 유전자 회로를 설계하고, 이를 세포 내에 구현해 그 기능을 볼 수 있게 한 것이다.

[그림 1] cello logo (출처:http://cellocad.org)

유전자 회로 구성의 기본 원리는 유전자 발현을 조절하는 인자와 그 발현의 산물을 또 다른 유전자 회로의 활성인자(activator)나 억제인자(repressor)로 사용하게 하는 것이다. 유전자 회로의 입력으로는 산소, 당, 빛, 온도, 산성 등과 같은 환경 조건과, 다른 환경 조건을 탐지하는 감지인자를 직접 설계하여 줄 수 있다. 이러한 과정으로 활성화 및 생물학 반응을 일으키는 활성인자를 조합함으로써, 특정 대사 기능 유전자 회로를 설계할 수 있다. 이런 입력과 산출 과정에서 마치 전자회로 게이트들의 스위치 온/오프(on/off)와 같이 여러 유전자의 활성을 일으키거나 억제를 하면서 특정 반응의 회로를 구성하게 된다.

예를 들어, 두 개의 신호가 들어와 두 종류의 단백질을 발현하게 하고 그 발현된 두 종류의 단백질 모두가 합쳐져서 어느 다른 유전자 발현을 활성화하면 'AND 게이트'가 되고 억제하면 'NAND 게이트'가 되고, 둘 중 하나의 단백질만 가지고도 ON을 시킬 수 있으면 'OR 게이트'가 되는 원리이다.

유전자 회로 프로그래밍 언어는, 일반적인 프로그래밍 언어가 0, 1의 기계어로 번역되는 것과 마찬가지로 DNA 염기서열로 번역되고, 유전자 회로의 염기서열을 실제의 미생물 세포에 삽입해 실제로 설계에서 의도한 형질이 발현되는지 확인하는 과정을 거친다.


[그림 2] cello 프로그래밍 과정 (출처:http://cellocad.org)

이번 연구성과는 전자기기 논리회로 설계 방식과 마찬가지로 유전자 논리회로를 간편하게 구성할 수 있음을 보였다. 이는 유전자 회로도 결국에 활성화(activation)와 억제(repression) 등의 간단한 이진법적 스위치로 조절할 수 있음을 보여준 것이다.

이를 이용하여, 자동차를 실제 제작하기에 앞서 컴퓨터 가상 공간에서 세부 내용을 설계해 성능을 미리 확인해보듯이, 세포 생명의 부품이 되는 유전자 회로들을 프로그래밍 언어로 설계해 논리적 연산의 작동을 확인해봄으로써 살아 움직이는 세포의 새로운 형질을 미리 확인할 수 있다.

유전자를 변형해 대사 과정을 바꿈으로써 유용한 약물이나 희귀물질, 에너지 연료를 생산하는 미생물을 개발하는 과정은 무수한 시행착오를 거치며 이뤄지게 마련인데, 특정 대사 기능의 유전자 회로를 미리 설계하고서 제대로 작동하는지 확인함으로써 실제 미생물 실험의 시간과 비용을 대폭 줄일 수 있다.

또한, 단순히 시간과 비용만 줄이는 것이 아니라 우리가 그냥 생물학적으로 생각만 해선 설계하기 어려운 복잡한 회로들도 만들어 여러 가지 테스트를 해볼 수 있고, 최종 후보들에 대해 실제 실험을 할 수도 있다.

이처럼 감지와 반응의 유전자 회로를 정밀하게 설계할 수 있다면, 종양을 감지하면 약물을 분비하는 장내 미생물이나, 부산물의 독성이 많아지면 발효 과정을 스스로 멈추는 이스트 세포들 같은 유용한 물질을 분비 및 생산하는 미생물 같은 것을 만들 수 있으므로, 생물공학 분야에서 상당한 쓰임새가 있을 것이다.

더 정교한 회로들이 만들어질 수 있는 토대가 마련됐다는 것에서, 유전자 회로 설계의 자동화 기법이 합성생물학 분야에서 대표적인 연구결과가 될 만하다고 평가받았다. 앞으로 더 많은 회로를 제작하고 그 많은 회로가 서로 연결되어 더욱 복잡한 조절/대사 회로(regulatory/metabolic circuit)를 만들어가는 방향으로 발전할 것이다.

과거 (주)인실리코젠에서도 합성생물학 유전자 회로 디자인 및 관리를 위헌 시스템을 구축한 적이 있다. 좀 더 자세히 말하면, 유전자(DNA) 단위로 모듈화 데이터베이스를 구축 후 회로도를 직접 디자인하는 시스템을 구축한 사례이다. 이는 유전자회로 구성 방법에 관해서 관심과 시행착오를 겪었던 소중한 경험이었다.

[그림 3] 인실리코젠에서 구축한 유전자 회로 디자인 및 관리 시스템 (PartBank) 화면, 2014

생물 프로그래밍 기법은 복잡한 생물학 전문지식을 갖추지 못한 비전문가도 프로그래밍 언어의 도움을 받아서 원하는 기능의 유전자 회로를 손쉽게 설계할 수 있는 시대가 올 것이다. 이는 유용한 물질을 생산하는 ’세포 공장’의 활용 영역이 더욱 넓어지리라는 기대와 함께 바이오 해저드와 같은 안전과 환경 문제에 대한 우려와 대책도 더욱 필요해짐을 보여주는 것이기도 하다. 따라서, cello가 제시한 아이디어와 시스템 구축 경험을 잘 조합한다면, 다른 관점에서 생물을 정보화하는 재미있는 무언가를 보여 줄 수 있을 것이다.

참고자료

http://cellocad.org 
http://scienceon.hani.co.kr/385489 
https://youtu.be/SLn_SkL7vkQ <참조 3. Cello 데모영상>

작성 : 대전지사 신동훈 개발자


Posted by 人Co

2019/03/28 09:47 2019/03/28 09: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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