표현형학(Phenomics) : 유전자에서 표현형까지
- Posted at 2018/03/23 16:06
- Filed under 생물정보
표현형학(Phenomics)
표현형학(Phenomics)은 Phenotype(표현형)과 Omics(오믹스)의 합성어입니다. 표현형은 좁은 의미에서 키, 몸무게, 색깔과 같이 우리의 눈으로 관찰할 수 있는 것부터 혈액 속의 포도당 세포 속 단백질의 농도와 같은 유전자(genetic)와 환경(environmental)적 요소에 의해 결정되는 모든 형질을 의미합니다. 오믹스는 유전, 환경, 표현형과 같은 요인에 대해 가능한 모든 요소를 들여다보는 접근 방식입니다. 이 두 가지가 결합한 표현형학은 생물을 가능한 모든 각도에서 들여다봄으로써 단편적인 인과관계에서 벗어나 생명 현상 전반의 시스템을 규명하고자 하는 새로운 연구 패러다임입니다.
미국의 하버드대 의대의 Kohane 박사는 “과학은 측정 가능한 것으로부터 정보를 얻으며, 새로운 것을 측정할 수 있을 때 큰 도약이 이루어진다.”라고 말한 바 있습니다. <그림1>에서 볼 수 있듯 왼쪽 그래프의 경우 변수 x와 y간의 관계가 없어 보이지만 표현형 2의 관점에서 봤을 때 우리는 y가 x의 값에 비례한다는 새로운 정보를 얻을 수 있습니다. 이렇듯 표현형의 가짓수가 늘어날수록 우리는 새로운 관계를 도출할 가능성도 늘어나게 됩니다.
<그림 1> 표현형 추가에 따른 새로운 관계 정보 도출
Phenomics 연구 분야
표현형학은 기초과학, 의약, 육종과 같은 연구 및 산업 전반에서 활용되고 있습니다. 이들 모두 전통적인 시점의 한계 때문에 표현형질의 계측기술이 발달하면서 탄생하였습니다. 현대인이 겪는 암, 당뇨병 같은 질병부터 가축이나 농작물에서 사료 효율, 생장률, 내병성과 같은 경제 형질까지 표현형을 결정짓는데 수많은 환경적 요소와 유전자가 관여합니다. 이러한 복잡한 관계를 이해하기 위해서는 요소 간 상호관계로 만들어지는 네트워크(network), 즉, 시스템을 이해해야 합니다.
식량자원에서의 표현형학
식량자원에 대한 품종개량 및 육종은 농경사회의 등장과 그 역사를 나란히 합니다. 식량은 언제나 인류의 생존과 직결되었고 환경변화는 식량 수급에 지대한 영향을 미쳐 왔습니다. 환경으로부터 받는 스트레스를 극복하고 생산효율을 높이기 위해 우수한 경제 형질을 갖는 품종개발은 끊임없이 이어지고 있습니다. 이를 위해 가축 작물 육종에 대하여, 새로운 경제 형질을 찾고 기존의 표현형을 세분화, 정량화하고자 하는 표현형학 연구가 활발히 이루어지고 있습니다.
질병에서의 표현형학
21세기에 들어 유전자, 표현형 판독기술(genotyping, phenotyping)은 병렬처리(parallel processing)를 통해 그 비용을 감소시킴으로써 우리가 방대한 생체 데이터를 확보하도록 이끌었습니다. 지엽적 관점에서의 진료가 아닌 다각도에서 이루어지는 오믹스 접근방식은 환자의 유전자, 환경, 그리고 표현형에 따라 동일한 질병을 세분화하고 적절한 치료법을 적용하는 개인 맞춤의학(precision medicine)이라는 새로운 분야를 낳았습니다. 질병 여부의 판단에 사용된 표현형의 수가 적을수록 우리는 그 외 질병과 연관된 요인에서 오는 오차를 감수해야 합니다. 표현형학은 이러한 오차를 줄이고 궁극적으로 맞춤의학에 이르기 위한 접근방식으로 자리 잡고 있습니다.
표현형학 그리고 멀티오믹스
앞서 표현형은 유전자, 환경에 의해 결정됨을 언급한 바 있습니다. 이들 요소 간 인과관계를 규명하기 위해 그 특성에 따라 아래와 같이 분류할 수 있습니다.
멀티오믹스
- Genome (유전체)
- Transcriptome (전사체 : 유전자)
- Proteome (단백체 : 단백질)
- Epigenome (후성유전체 : 메틸화, 아세틸화 등)
- Microbiome (미생물체 : 세균)
- Metabolome (대사체 : 포도당, 콜레스테롤 등)
표현형학을 포함한 멀티오믹스 연구에서는 요소 간 가역적 관계를 가정합니다. 이는 생물의 복잡한 생리기작에 전통적인 연구방식보다 더 부합하다는 장점이 있습니다. 하지만 차원의 수가 많아져 경우의 수와 거짓 긍정(false positive)의 절대량도 늘어나게 됩니다. 따라서 사람의 눈과 손으로는 다루기 어려우므로 때문에 컴퓨터를 이용하는 생물정보학(Bioinformatics)은 더는 선택사항이 아니게 되었습니다.
표현형학 연구를 위한 범국가적 협력
표현형학 연구의 핵심은 표현형 계측 방법의 정규화(standardization)입니다. 측정값의 단위, 장비, 측정 시기뿐만 아니라 온도, 습도, 미생물과 같은 실험장소의 환경은 표현형학 연구결과의 재현성(robustness)에 큰 영향을 미칩니다. 따라서 한 기관이나 국가가 아닌 국제적 협력이 필요합니다. 그 대표적인 사례가 International Mouse Phenotyping Consortium (IMPC)입니다.
- International Mouse Phenotyping Consortium(IMPC)
마우스 유전체는 인간유전체 초안이 나온 이듬해인 2002년에 공개되었습니다. 인간 연구를 위해 사용되는 실험동물 중 약 59%에 이르는 압도적인 비중을 차지한다는 사실이 마우스 연구의 중요성을 설명해줍니다. IMPC는 2011년 출범하여 현재 11개 나라의 19개 기관에서 진행 중인 표현형학 연구의 대표적인 사례입니다.
- Korea Mouse Phenotyping Consortium(KMPC)
한국은 IMPC의 소속 국가로서 2013년 컨소시엄에 참여하기 시작하였습니다. 이듬해인 2014년 서울대학교 수의과대학 성제경 교수를 단장으로하는 (재)국가마우스표현형분석 사업단(KMPC)이 출범하였습니다. 유전자 조작 마우스(Genetically modified mouse, GEM) 생산부터 대사, 운동, 노화, 감염 표현형 분석 전반에 걸친 인프라 구축이 활발히 진행중입니다.
2002년 마우스 유전체 초안이 발표된 직후, 국제사회는 2만여 개의 밝혀진 모든 마우스 유전자 기능을 밝히는 시도를 해오고 있습니다. IMPC는 마우스 유전자들 하나하나가 결손된 마우스의 배아(embryo)부터 성체에 이르기까지 시기 별로 표현형 측정항목을 정규화하였습니다. 최근에는 이러한 표현형 계측 정보를 활용하여 360개에 이르는 사람의 질병과 연관된 유전자를 규명한 바 있습니다. 마우스 Phenotyping의 정확성을 높이기 위한 컨소시엄 내부적인 검증이 끊임없이 이루어지고 있습니다.
마치며
표현형학은 생명현상이라는 시스템의 정점에 있습니다. 표현형학을 통해 우리는 단순히 질병의 치료나 경제적 이익뿐만 아니라 생명현상을 바라보는 시각을 넓힘으로써 생물학 발전에 한 걸음 더 나아갈 수 있을 것입니다.
<참고자료>
- Disease model discovery from 3,328 gene knockouts by The International Mouse Phenotyping Consortium. NATURE GENETICS, 2017
- The details of disease. NATURE, 2015
- System approaches to study root hairs as a single cell plant model: current status and future perspectives. Frontiers in Plant Science, 2015
- Phenomics workshop, 2011
Posted by 人C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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