봄에 피는 유채꽃
싱그러운 봄꽃 구경은 많이 하셨나요? 추운 겨울을 지나고 따듯한 봄에는 정말 많은 꽃이 핍니다. 가장 먼저 피는 진달래부터 벚꽃, 동백꽃, 철쭉 등 정말 다채로운 꽃들이 개화하는 시기여서 많은 사람을 설레게 합니다. 특히 제주도를 비롯한 남부 지방에 광활하게 개화한 유채꽃밭은 관광명소로도 유명합니다.
이미지 출처 : 출사코리아 남지유채꽃 축제 김병영作 http://chulsa.kr/23046174
유채는 관상용뿐만 아니라 카놀라유, 쌈 채소인 가랏나물, 부신백질이양증(ALD) 치료제인 로렌조 오일에 원료 등으로 사용됩니다. 또한, 유채는 생물학계에 큰 파문을 일으킨 식물 중 하나입니다. 유채의 경우 배추와 양배추의 자연 교잡으로 생겨난 식물이며 '종의 합성' 이론을 뒷받침해주는 식물입니다.
이러한 사실을 증명해 낸 것은 '씨 없는 수박'으로 유명한 한국의 육종학자 우장춘 박사님입니다.
우장춘의 삼각형
종의 합성 이론은 '배추속 식물에 관한 게놈 분석'이라는 박사 논문을 통하여 최초로 학계에 발표했습니다. 배추(B. campestris, 염색체 수 n=10)와 양배추(B. oleracea 염색체 수 n=9) 씨앗을 교배해 새로운 식물을 만들어 냈습니다. 새로운 식물의 염색체 수는 19개이고 이는 배추의 염색체 개수 10개와 양배추의 염색체 개수 9개에서 유래된 것입니다. 결국, 이 새로운 식물은 기존의 자연 상에 존재하던 유채(B. napus 염색체 수 n=19)와 같은 식물임을 입증해낸 것입니다.
이뿐만 아니라 배추와 흑겨자(B. nigra 염색체 수 n=8)를 교배하면 갓(B. Juncea 염색체 수 n=18)이 만들어지고 흑겨자와 양배추를 교배하면 에티오피아 겨자(B. carinata)가 만들어지는 것을 밝혀냈는데 이를 우장춘의 삼각형(U's triangle)이라 부릅니다. 그는 이를 통해 속이 같고 종이 다른 식물이 유전적으로 서로 연결돼 있다는 사실을 처음으로 증명한 것입니다.
이미지 출처 : by Adenosine(English Wikipedia) CC BY-SA 2.5
원 안은 염색체로 녹색은 배추(n=10), 파란색은 양배추(n=9), 빨간색은 흑겨자(n=8)의 염색체이며 n은 염색체 수입니다. 이들 사이에서 에디오피아 겨자(n=17), 갓(n=18), 유채(n=19)를 만들 수 있습니다. 추후 이 연구는 세종대학교 김현욱 교수(前 : 국립농업과학원 생물소재공학과 연구사) 유채 유전자 분석을 통해 '오메가6 지방산' 생산 유전자가 배추와 양배추에서 유래됐음을 확인한 사례도 있습니다.
연구 결과 유채에는 오메가6 지방산 생산 유전자인 'FAD2 불포화지방산 생산 유전자'가 4개 존재하며, 그중 2개는 배추에서 나머지 2개는 양배추에서 각각 유래됐음이 밝혀낸 것입니다.
이미지 출처 : 충북일보 2013.10.28 유채 '오메가6 지방산' 배추·양배추에서 유래 기사 발췌
유채에서 발견된 4개의 FAD2 유전자의 세포 내의 발현 위치=유채 BnFAD2-1, BnFAD2-2, BnFAD2-4는 소포체에 존재했고, BnFAD2-3은 돌연변이에 기인해 정상적인 발현 위치가 아닌 핵과 엽록체에 존재합니다. 종의 기원을 보충하다당시까지만 해도 같은 종끼리만 교배가 가능하다는 것이 학계의 정설이었습니다. 하지만 우장춘 박사님은 같은 속에 속한 다른 두 종끼리 교배하면 같은 속에 속한 또 다른 종이 탄생할 수 있다는 사실을 입증했습니다.
다윈의 진화론은 서로 다른 종이 각자 환경에 적응해 개별적으로 진화한다는 내용입니다. 우장춘 박사님의 '종의 합성' 이론은 서로 다른 종이 교배를 통해 새로운 종으로 진화할 수 있다는 가능성을 제시했습니다.
종의 합성은 두 식물이 가진 염색체의 2배체, 즉 2n의 각각의 n이 서로 모여 다른 식물을 이룬다는 것을 보여주는 사례입니다. 즉 배추, 흑겨자, 양배추 등 세 개의 종 사이에 자연적인 교배가 일어나 유채와 같은 새로운 종이 만들어졌을 수 있다는 것을 입증하는 것입니다. 이를 통해 진화론의 '종은 자연도태의 결과로 성립된다'는 내용을 보충하는 것으로 평가받고 있습니다.
마치며
'종의 합성' 이론은 단순한 과학적 이론을 넘어 실생활에서도 많이 사용되고 있습니다. 특히 스웨덴의 경우 양배추와 다른 야채류를 교배해 여러 품종을 개발하였기에 우장춘 박사님을 세계 10대 육종학자로 인정하고 있습니다.
아직까지 해외 과학 교과서에 사실상 유일무이한 이론의 창시자로 실리는 우장춘 박사님이, 국내에선 단지 씨 없는 수박의 개발자로 알려진 것은 그만큼 우리가 그의 업적을 잘 모르고 있는 것이 아닐까요?
아름다운 유채꽃밭을 구경하시면서 유채꽃에 담겨 있는 과학적인 사실도 한번 되돌아봐 주셨으면 하는 취지에서 이 글을 올립니다.
작성자 : BD팀 김성민 컨설턴트
Posted by 人C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