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날 전 세계에서 하루 동안 생성되는 데이터의 양은 약 2.5엑사바이트(≒25억 기가바이트)에 달한다고 합니다.
이는 무려 6,500억 권의 책과 맞먹는 분량이라고 하는데, 단순하게 생각해보면 78억 명 정도 되는 지구촌 사람들이 각자 매일 여든세 권의 책을 쓰는 셈이라고 볼 수 있습니다.  
정부와 산하 공공기관 등에서는 이러한 데이터들의 품질 관리와 보안 등을 제고 및 고도화하기위해 범국가적 심사·인증 제도를 시행하고있는데요.
오늘 블로그는 이러한 데이터 품질인증과 관련하여 심사·인증 제도에 대한 정보를 공유드리고자 합니다.





[Fig. 1] 구글의 루커 인수 관련 페이지(좌)와 워렌 버핏의 투자 관련 영상(우)
미래가치가 있는 기업들을 사들이는 것으로 유명한 미국의 구글(Google)은 올해 초 루커(Looker)라는 업체를 26억 달러(약 3조 원)에 인수하였습니다. 루커는 빅데이터를 활용한 시각화와 예측을 통해 기업경영에 도움이 되는 정보를 만들어내는 데이터 전문 기업입니다. 최근에는 세계적인 투자자 워렌 버핏이 스노우플레이크(SnowFlake) 라는 클라우드 데이터 업체에 5억 7천만 달러(약 6,300억 원)를 투자하여 화제가 되기도 하였습니다. 루커처럼 세상에 널려있는 데이터를 잘 수집하고 가공하여 쓸모 있게 만들어내거나, 스노우플레이크처럼 데이터를 잘 관리하고 공유할 수 있는 플랫폼을 운영하는 일의 가치가 수천 억원에서 수조 원 이상의 경제적 규모로 환산되는 수준에 이르렀습니다. 이제는 데이터 관련 작업이 주 업무를 보조하는 수준에서 완전히 벗어나, 새로운 시대를 만들어내는 주역으로 자리매김했다고 봐도 과언이 아닐 것입니다. 스포츠의류로 유명한 나이키가 소비자 정보를 맞춤 분석하는 스타트업인 조디악을 인수하고, 광고사업을 하는 제일기획이 중국의 빅데이터 업체인 컬러데이터를 인수하는 등 기업들 사이에서는 사업분야와 국경을 초월한 데이터 기술 확보 경쟁이 치열하게 벌어지고 있습니다. 이렇게 데이터는 점차 현대 사회에서 기업의 성패를 결정지을 수 있는 핵심적인 자산이자 무기가 되어가고 있습니다.




데이터라는 것이 단순히 많이 모아놓기만 하면 자연스럽게 경쟁력과 가치가 생기는 대상이었다면 데이터 전문 기업이 따로 필요가 없었을 것입니다. 데이터의 규모로만 본다면 구글처럼 이미 시장을 장악하고 있는 기업들이 절대적으로 많은 양의 데이터를 확보하고 있을 것이 분명한데 왜 다른 데이터 전문기업과 인수합병을 하거나 협력을 하는 것일까요? 이것은 대량의 데이터가 공개/공유되고 있는 4차산업의 물결 속에서는, 데이터의 양보다도 이들이 가치 있게 활용될 수 있도록 잘 구성/구축된 데이터의 ‘품질’이 훨씬 더 중요하기 때문입니다. 품질이 낮아 활용성이 떨어지는 데이터는 양이 많으면 많을수록 오히려 저장공간만 차지하는 애물단지로 전락하기 쉽습니다.




그런데 이토록 중요한 데이터의 ‘품질’은 어떤 방법으로 측정하고 향상할 수 있을까요? 데이터의 양은 개수나 용량처럼 비교적 간단하게 산정해 낼 수 있는 명확한 기준이 있는 반면에, 데이터의 품질은 그 척도로 사용할만한 기준을 쉽게 찾기가 어려운 것이 사실입니다. 데이터의 중요성이 일반인들에게 부각된 것은 비교적 최근의 빅데이터 붐이 일어나면서 부터이지만, 사실 데이터 품질의 중요성은 IT분야 내에서 이미 수십 년 전부터 강조되어 왔습니다. 미국의 경우 지난 2000년에 데이터 품질법(Data Quality Act)을 제정하여 미국연방정부의 각 산하기관과 기타 기관에 데이터 품질 가이드라인 수립과 이행을 권고하고 있습니다. 우리나라의 경우 2003년 한국데이터산업진흥원의 데이터베이스 품질평가를 시작으로 그 이듬해부터 데이터베이스 품질진단 개선 지원 사업과 지침/가이드라인 보급 사업을 수행하고 있습니다.
 

[Fig. 2] 한국데이터산업진흥원
한국데이터산업진흥원은 국내 산업 전반의 데이터 생태계 혁신과 데이터 경제시대를 창출하기 위한 각종 업무를 수행하는 기관으로, 데이터 품질 향상을 위한 가이드라인 보급 외에도 정보시스템의 데이터 품질 향상을 위한 데이터 품질인증 제도를 시행하고 있습니다.

[Fig. 3] 한국데이터산업진흥원에서 소개하는 데이터 품질의 정의와 저품질 데이터의 문제점





한국데이터산업진흥원에서 제작한 가이드문서에는 데이터 품질과 관련된 내용이 잘 정리되어 있습니다. 데이터 품질관리 지침서에서는 품질관리 요소별로 품질관리 대상에 따른 중점 사항을 소개하고 있으며 데이터 품질진단 절차 및 기법서에서는 다양한 종류의 데이터에 대한 품질기준 정의와 품질진단 계획을 수립하는 과정, 정형 데이터에 대한 프로파일링 방법과 업무규칙 도출 절차, 그리고 비정형 데이터에 대한 품질측정을 수행하는 방법 등을 상세하게 설명하고 있습니다.

[Fig. 4] 한국데이터산업진흥원에서 제작, 보급하는 데이터 품질 관련 가이드 문서


[Fig. 5] 데이터 품질관리 요소와 품질관리 대상
(한국데이터산업진흥원에서 편찬한 데이터 품질관리 지침서의 내용을 바탕으로 편집)


 
  • 정형 데이터와 비정형 데이터

정형데이터는 일반적인 텍스트 데이터를 의미하고 비정형 데이터는 이미지나 음성 등 정형 데이터가 아닌 데이터를 총칭합니다. 과거에는 정형데이터가 주류를 이루었으나 멀티미디어 콘텐츠가 쏟아지고 있는 오늘날에는 비정형 데이터가 전체 데이터의 92% 이상을 차지하고 있다고 합니다. 그러나 데이터에 대한 품질관리의 경우 상대적으로 품질관리가 용이한 정형데이터에 편중되어 있어 비정형 데이터에 대한 품질관리 체계는 상대적으로 취약한 편입니다. 한국데이터산업진흥원에서는 이러한 상황을 극복하기 위해 정형데이터 뿐만 아니라 비정형 데이터도 아우를 수 있는 통합적인 품질관리 방법을 가이드문서를 통해 제안하고 있습니다.

  • 정형데이터의 품질 기준

[Fig. 6] 정형 텍스트에 대한 일반적인 품질기준 정의
(한국데이터산업진흥원에서 편찬한 데이터 품질진단 절차 및 기법에서 발췌)

정형데이터에 대한 품질진단은 데이터베이스의 테이블, 컬럼, 코드, 관계, 업무규칙 등을 기준으로 데이터의 값에 대한 현상을 분석합니다. 그리고 데이터값과 관련된 품질 기준을 적용하여 오류내역을 산출하고 주요 원인을 분석하여 개선 사항을 제안합니다.
 
 

[Fig. 7] 정형 데이터에 대한 세부 품질기준 및 활용 사례
(한국데이터산업진흥원에서 편찬한 데이터 품질진단 절차 및 기법에서 발췌)
 
  • 비정형 데이터의 품질 기준

비정형 데이터에 대한 품질진단은 비정형 콘텐츠 자체의 상태에 대한 품질진단과 메타데이터에 대한 품질진단으로 이루어집니다. (메타데이터는 비정형 데이터와 관련된 텍스트 성격의 정보를 의미합니다. (예 : 동영상 데이터의 경우라면 화면크기, 재생시간, 파일크기 등)) 콘텐츠 상태에 대한 진단은 그 내용 자체의 합목적성을 비롯하여 동영상이나 이미지, 3D 등 유형에 따라 각기 다른 상태를 시각이나 청각, 또는 자동화된 도구를 이용하여 진단합니다. 메타데이터의 경우에는 정형 데이터와 유사한 기준과 방법으로 진단을 수행합니다.


[Fig. 8] 비정형 데이터의 유형 분류 사례
(한국데이터산업진흥원에서 편찬한 데이터 품질진단 절차 및 기법에서 발췌)



[Fig. 9] 비정형 데이터 중 동영상에 대한 품질기준 정의 사례
(한국데이터산업진흥원에서 편찬한 데이터 품질진단 절차 및 기법에서 발췌)


 

 
한국데이터산업진흥원에서는 고품질의 데이터 보급을 위한 정책의 일환으로 국내에서 운영 중인 시스템에 대한 데이터 인증제도를 시행하고 있습니다.

 

[Fig. 10] 한국데이터산업진흥원에서 시행 중인 데이터 인증
 
  • 데이터 품질인증

데이터 품질인증은 데이터의 관리비용 절감과 데이터의 가치 향상, 그리고 이를 통해 기업의 경쟁력을 강화하기 위한 목적으로 시행되는 한국데이터진흥원의 대표적인 데이터 인증입니다. 실무적으로는 도메인과 업무규칙을 기준으로 실제 데이터 자체에 대한 품질 영향요소 전반을 심사·심의하여 인증을 진행합니다.

  • 데이터 관리인증

데이터 관리인증은 데이터의 효과적인 활용을 위한 데이터의 거버넌스 정책과 데이터 관리 체계에 대한 인증입니다.

  • 데이터 보안인증

데이터 보안인증은 데이터에 대한 보안위협의 선제대응과 안전한 비즈니스를 위한 인증입니다.





데이터의 품질 향상과 관리를 위해선 데이터 품질인증과 관리인증, 그리고 보안인증 측면에서 모두 점검과 검토가 필요하지만, 이 중에서 가장 근본적인 부분에 대한 검토를 하는 것은 품질인증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데이터 품질인증은 다른 인증에 비해 가장 활성화되어 있는 데이터 인증이기도 합니다. 데이터 품질인증의 주안점은 데이터 품질을 고려한 설계의 적절성 여부와 함께, 실제 데이터가 이 설계에 맞게 잘 구축이 되어있는가에 대해 맞춰져 있습니다.

  • 데이터 품질인증 절차

데이터 품질인증은 인증상담, 인증신청, 인증심사, 인증심의, 인증유지 등 5단계의 절차를 거쳐 엄정히 수행됩니다. 인증을 받고자 하는 기관이나 업체에서 상담접수를 하고 서류를 준비하여 인증신청을 하면, 심사접수를 통해 기본 서류심사를 하고 이어서 현장심사를 진행하게 됩니다. 현장심사 일정이 정해지면, 한국데이터산업진흥원에서 지정한 심사위원들(시스템 규모에 따라 인원은 다르며 보통 2~3인)이 해당 기관이나 업체에 방문하여 1주일가량 심사를 진행합니다. 심사결과는 진흥원의 최종 심의를 거쳐 확정되게 되며 인증을 받은 날로부터 1년간 유지됩니다.


[Fig. 11] 데이터 품질인증 절차
  • 데이터 품질인증 심사와 제출 문서

[Fig. 12] 데이터 품질인증 시 제출하는 문서

데이터 품질인증 심사는 테이블 정의서와 컬럼 정의서, 데이터베이스 구조도(ERD)와 같은 기본적인 데이터베이스 관련 문서에 대한 검토를 시작으로, 실제 데이터베이스에 등록된 데이터가 도메인과 업무규칙 등 품질진단 기준에 맞게 잘 구축이 되어 있는지에 대한 점검(데이터 프로파일링)을 진행합니다. 여기서 도메인이란 데이터 속성에 정의된 조건을 만족시키는 값의 범위를 의미하는데, 좀 더 쉽게 표현하면 데이터가 가질 수 있는 값의 성격과 범위에 따라 종류를 나누어 놓은 것이라 볼 수 있습니다. 도메인의 종류에는 번호, 금액, 명칭, 수량, 분류, 날짜, 비율, 내용, 코드, 키, 공통이 있습니다. 데이터베이스 시스템을 구축할 때는 초기에 데이터에 대한 명확한 분석을 바탕으로 도메인을 잘 구성하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합니다. 업무규칙은 데이터의 품질관리를 위해 지속해서 관리되어야 하는 데이터의 규칙으로, 데이터의 값이 정확하기 위한 조건에 대한 표현입니다. 따라서 막연하게 정해놓는 것이 아니라 일관되고 정형화된 양식으로 작성해야 하며, 실제 데이터 시스템 운영 시 업무규칙에 맞게 데이터에 대한 등록과 관리를 진행해야 데이터의 품질을 높일 수 있습니다.

[Fig. 13] 데이터 품질인증 세부심사 절차
[Fig. 14] 업무규칙 정의서 예시
(한국데이터산업진흥원에서 편찬한 데이터 품질진단 절차 기법에서 발췌)
  • 데이터 프로파일링

데이터에 대한 품질진단에는 데이터 프로파일링 기법이 활용되는데 이는 통계적 기법을 바탕으로 데이터의 품질과 관련된 현상을 파악하는 절차입니다. 기술적으로 보면 데이터베이스의 테이블을 목록화하고 테이블별로 품질진단 목록을 체크하여 최종적으로는 세부 컬럼 단위로 점검을 수행하는 과정이라 할 수 있습니다.


[Fig. 15] 프로파일링 대상 및 유형 목록 예시
(한국데이터산업진흥원에서 편찬한 데이터 품질진단 절차 기법에서 발췌)

 

[Fig. 16] 프로파일링 결과보고서 예시
(한국데이터산업진흥원에서 편찬한 데이터 품질진단 절차 기법에서 발췌)

 
  • 데이터 품질인증 심사 기준과 등급

프로파일링 분석을 통해 의심되는 데이터 항목을 검출하고 나면, 필요할 경우 추가 업무규칙을 도출하고 이후 최종 품질점검을 진행하여 오류판정을 내리게 됩니다. 그리고 이 오류율에 따라서 품질인증 등급이 결정됩니다. 실질적으로 품질인증 등급에 가장 큰 영향을 미치는 부분은 도메인과 업무규칙이 실제 데이터와 얼마나 정합성을 이루고 있는가에 대한 것으로, 정합성에 어긋나는 부분은 오류로 간주하여 오류율에 합산됩니다.


[Fig. 17] 데이터 품질인증 심사기준
 
 

[Fig. 18] 도메인과 업무규칙별 데이터 품질 점검사항(일부)
 
데이터 품질인증 등급(수준)은 도메인과 업무규칙에 따른 데이터베이스 내의 값을 대상으로 데이터 정합성을 정량화하여 이 정합률의 수치에 따라 결정되게 됩니다. 현장 심사를 통해 나온 품질인증 결과는 한국데이터산업진흥원의 내부 심의를 거쳐 최종 확정됩니다.
 

[Fig. 19] 데이터 품질인증 등급
 




지난 9월, 한국원자력연구원이 주관하고 (주)인실리코젠이 개발과 운영을 담당하고 있는 국가 방사선 반응지도 모델링 플랫폼에 대한 데이터 품질인증이 진행되었습니다. 국가 방사선 반응지도 모델링 플랫폼은 점차 수요가 증가하고 있는 방사선 관련 데이터를 정제하여 통합 데이터베이스로 구축하고 조회와 예측 등의 서비스를 제공하는 시스템으로, 데이터의 전반적인 품질을 점검/개선하여 활용가치를 높이려는 목적으로 인증을 신청하였습니다.


[Fig. 20] (주)인실리코젠에서 개발/운영을 담당하고 있는 국가 방사선 반응지도 모델링 플랫폼
식품, 공업소재 등 다양한 분야의 방사선 반응 데이터를 수용할 수 있도록 효율적으로 설계된 기본 데이터 구조 위에서, 수년에 걸쳐 구축한 방사선 관련 연구 데이터들을 대상으로 진행된 데이터 품질인증에서 최고 인증등급인 ‘플래티넘’을 획득하는 성과를 거두었습니다.

[Fig. 21] 데이터 품질인증 최고등급인 플래티넘을 받은 국가 방사선 반응지도 모델링 플랫폼

국가 방사선 반응지도 모델링 플랫폼은 이번 연도에 새롭게 반도체 분야 데이터를 추가하는 등 지속해서 데이터를 확장하고 있으며, 높은 품질의 데이터를 많은 사람이 더욱 유용하게 활용할 수 있도록 계속 발전시켜 나갈 예정입니다.




맛집의 공통점은 주방장의 뛰어난 요리 솜씨나 고객에 대한 세심한 서비스 이전에, 좋은 재료에서부터 출발한다는 점입니다. 좋은 재료는 운이 좋으면 얻을 수 있는 행운의 선물이 아니라, 부단한 노력과 검증을 통해 기준을 정하고 끊임없이 탐색하며 고민해야 비로소 손에 쥘 수 있는 것입니다. 그리고 좋은 재료를 입수했다 하더라도 각 재료에 맞는 적절한 보관절차나 관리체계 없이 방치한다면, 얼마 되지 않아 그 가치를 잃고 말 것입니다.

정부와 기업의 중요한 의사결정 과정에서는 물론이고 이제 각 개인의 판단이나 행동에도 데이터가 미치는 영향이 절대적인 시대가 되었습니다. 데이터를 잘 분석하고 해석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근본적으로 데이터를 잘 설계하고 구성하여 이를 뿌리 삼아 좋은 품질의 데이터라는 열매를 획득하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한 상황입니다. 데이터를 기반으로 더욱 살기 좋은 세상을 만들기 위해서는 데이터를 다루는 모든 주체가 데이터 맛집이 되어야 합니다. 데이터 품질의 중요성을 인지하고 이를 높이기 위한 모두의 노력이 더해졌을 때, 고품질의 데이터가 서로 간에 공유/확장되며 비로소 인류의 미래를 위한 중대한 정보들을 우리에게 드러내 줄 것입니다.






작성 : 대전지사 서승원 선임개발자
 

Posted by 人Co

2020/12/05 21:17 2020/12/05 21: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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