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사처리식품에 관한 오해와 진실




조사처리 식품

방사선 조사(照射, irradiation, 물체를 방사선 등으로 쪼이는 것)처리는 발아 억제, 살균, 살충 등의 목적으로 물질에 감마선 또는 전자선을 조사(照射)하는 기술입니다. 방사선은 물질을 통과할 때 물질의 원자 등을 전리시켜 이온을 생성하게 됩니다(2013, 방사선의 살 멸균 특성 및 멸균 산업의 이용). 이온화 에너지는 직접 또는 간접적으로 물질에 작용하여 대상의 DNA(DeoxyriboNucleic Acid, 디옥시리보 핵산)에 영향을 줍니다. 방사선 조사처리 기술로 우리는 식품의 생장을 조절하거나 해충을 제어할 수 있습니다. 또한, 식품 속에 존재하는 유해 미생물을 제어할 수 있습니다. 이외에도 저장수명을 연장하거나, 식품의 영양, 식품의 물성(두류의 조리시간 단축, 건조채소의 조직감 개량 등)을 개선할 때도 사용됩니다.



[그림1] 방사선 조사 처리 (출처:강북구청 공식블로그)



방사선 식품 조사의 역사

1896년 방사성 물질이 발견되면서 방사선이 미생물을 사멸할 수 있다는 가능성이 제시되었습니다. 그 후 1921년 미국에서 방사선을 조사하여 육류의 기생충을 사멸하는 특허가 출원되고 방사선 조사처리 기술이 최초로 이용되었습니다. 1930년 프랑스에서는 식품의 저장성 향상을 위해 이용하였습니다. 1950년대에 이르러 방사성 물질의 대량 생산과 이용이 가능해지면서 본격적인 연구가 시작되었습니다.(2004, 방사선 식품 조사의 역사) 1992년에는 제네바에서 WHO(World Health Organization, 세계보건기구), FAO(Food and Agriculture Organization of the United Nations, 국제식량농업기구), IAEA(International Atomic Energy Agency, 국제원자력기구) 등을 비롯한 국제기구는 방사선 조사 안전성과 관련 하여 방사선 조사는 위생적인 측면에서 안전하며 영양 측면에서도 어떠한 영양적인 손실을 초래하지 않는다고 발표를 했습니다.



[그림2] 방사선조사식품 관리 현황 (출처:강북구청 공식블로그)


조사처리 식품에 대한 오해

그런데도 방사선은 사람들에게 많은 오해를 받고 있습니다. 방사선 조사처리 식품은 방사성 물질이 남아 있어 위험할까요? 여러분은 어떻게 생각하시나요? 이 질문은 지난 4월 한국식품연구원의 먹거리 안전 인식 조사 결과(19~60세 남녀 1,067명 대상)에 나온 것입니다. 일단 정답부터 말씀드리면 조사처리 식품은 방사성 물질이 남지 않기 때문에 '아니오' 입니다. 10명 중 7명 정도의 사람들이 식품에 방사선을 쬐는 것만으로도 식품이 오염되어 위험하다고 생각하고 있습니다. 특히나 "방사선 조사식품과 방사능 오염 식품에 관한 소비자의 인식 연구" (서왕영, 2012)에 따르면 2011년 후쿠시마 원전 사고와 일본산 방사능 오염 농수산물에 대한 불안감이 방사선 조사식품에 대한 부정적 인식에 영향을 미칩니다. 원전 사고 이전에도 핵무기 개발 등 부정적 사례가 방사능에 대해 사람들에게 불안감을 주었습니다.


방사선, 방사능 그리고 방사성 물질

사실 방사선과 방사능은 비슷해 보이지만 다른 개념입니다. 방사선은 원자의 핵분열 간에 방출되는 빛과 같은 에너지를 말하고 방사능은 그러한 방사선을 내뿜는 능력을 말합니다. 방사능을 가진 물질을 방사성 물질이라고 합니다. 흔히 방사선의 개념을 설명할 때 드는 사례가 전구입니다. 전구 자체는 방사성 물질로 비유될 수 있습니다. 전구의 밝기는 방사능으로, 전구에서 나오는 빛은 방사선으로 비유할 수 있습니다. 방사선을 어떤 물체에 조사한다고 해서 그 물체가 방사능을 가지진 않습니다. 우리가 전구에서 빛을 쬔다고 우리 몸이 스스로 빛을 내는 것이 아닌 것처럼 말입니다. 식품에 방사선을 쪼이면 식품을 그대로 투과하기 때문에 방사능 오염 식품처럼 방사성 물질이 식품에 남아 있지 않습니다. 반면 원전 사고 등으로 방사능을 가진 물질이 토양이나 해수에 잔류하여 농수산물의 체내에 들어갔을 경우 방사능에 오염되었다고 말합니다. 방사선과 방사능이 다른 것처럼 방사선 조사처리 식품과 방사능 오염 식품은 전혀 다릅니다.




[그림3] 방사능 오염 (출처:강북삼성병원)





[그림4] 전구와 방사선 (출처:원자력안전위원회)


식품의 보존 기간 증대

방사선 조사는 많은 장점이 있습니다. 먼저 방사선을 식품에 조사하면 과일과 채소의 숙성과 싹의 발아를 억제할 수 있습니다. 일상생활에서 쉽게 접할 수 있는 것이 방사선 조사 처리된 감자입니다. 싹이 난 감자는 독성물질이 있어 먹으면 안 됩니다. 바로 감자의 싹에는 솔라닌이라는 독성물질이 있기 때문입니다. 감자에 방사선을 쪼여 발아를 억제하면 싹이 나지 않은 상태로 감자를 더 오래 보관할 수도 있고 독성물질의 위험을 걱정하지 않아도 됩니다. 이외에도 방사선을 식품에 조사하여 식품의 저장 기간을 향상한 연구 결과는 많이 있습니다. 닭고기에 방사선을 조사한 후 4주간 냉장 보관했을 때 그렇지 않은 대조군보다 부패하지 않았습니다. 양파의 뿌리가 나는 것을 막기 위해 사용하기도 하며 버섯의 익은 정도를 조절할 수도 있습니다.


유해 해충/미생물의 살균

또한, 방사선을 식품에 조사하면 인체에 해로운 해충이나 병원성 미생물을 살균할 수 있습니다. 세탁한 이불을 바깥에서 햇빛으로 건조, 살균하는 원리와 비슷합니다. 모든 음식물에는 미생물이 포함되어 있습니다. 특히나 치즈와 같은 유제품에는 식중독의 원인이 되는 살모넬라와 같은 박테리아가 있을 수 있습니다. 살모넬라균은 저온 살균(62∼65℃에서 30분 가열)으로 살균되나 음식 조리 과정에서 2차 오염이 문제가 됩니다. 치즈에 방사선을 조사하면 열을 가하지 않고도 살모넬라균을 살균할 수 있습니다. 몇 년 전 학교 급식 집단 식중독 사고로 유명한 노로바이러스도 방사선을 쪼이는 것으로 안전하게 제거할 수 있습니다. 김치를 만들 때 고춧가루의 경우 살균을 위해 보통 쪄서 사용하게 되는데 이 경우 색도 변하고 맛도 떨어집니다. 방사선 조사 처리된 고춧가루는 맛의 변화와 변색 없이 미생물의 수를 줄일 수 있습니다.



[그림5] 유해 해충/미생물 살균 (출처:식품의약품안전처)



안전하고 경제적

사실 식품을 오래 저장하고 미생물을 없애는 방법에는 여러 가지 기술이 있습니다. 대표적으로 소금이나 간장을 뿌리고 서늘한 데 밀폐하는 염장이나 미생물의 생육을 억제하기 위해 냉동시키는 방법, 열로 살균하는 방법 등이 있습니다. 염장의 경우는 미생물을 크게 줄일 수는 있으나 저장과정에서 또 다른 미생물의 출현이 위험이 있고 냉동의 경우 미생물을 생장을 억제할 뿐 없애는 것이 아녀서 장기간 보존에 어려움이 있습니다. 뜨거운 물을 통해 살균을 진행하는 경우 톤당 250달러의 비용이 필요하지만 방사선 살균의 경우 25~55달러 정도로 경제적으로 살균을 진행할 수 있습니다.


완벽한 멸균 식품

방사선을 조사한 식품은 기존 살균 방법보다 식품의 관능요소를 해치지 않고 멸균할 수 있습니다. 백혈병에 걸려 면역력이 약해진 아이들이 먹을 수 있는 아이스크림을 바로 조사처리 기술로 해결할 수 있습니다. '감마선 조사 살균처리방식의 아이스크림 제조법'이라는 논문에서는 아이스크림에 방사선을 쪼여 고온이나 저온 처리를 하지 않고도 균을 죽일 수 있다고 합니다. 비단 면역결핍환자뿐만 아니라 면역력이 약한 영유아와 노약자들을 위한 멸균 식품을 제공할 수 있습니다.



[그림6] 완벽한 멸균 식품 (출처:식품의약품안전처)



계속되는 의심

앞서 언급한 식품 조사(Food Irradiation)에 대한 식품과학계의 안전성 발표와 조사처리 기술의 여러 가지 장점에도 불구하고 식품 조사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는 여전히 존재합니다. 방사선 조사 안전성에 관해 제기된 문제 중 대표적인 내용으로 1998년 독일에서 보고된 지방함량이 높은 식품에 방사선을 조사하면 변형된 분해 산물이 발생하고 분해 산물 중 일부가 유전독성이 있다는 주장이 있습니다. 하지만 이는 인도의 Sharma 박사팀의 연구결과(2009)에 따르면 방사선을 조사하지 않은 식품에서도 해당 물질이 검출된 점을 들어 독특한 물질이 아님을 입증하였습니다. 안전성 문제가 제기된 해당 분해 산물은 식품을 가열처리를 할 때도 만들어지고 방사선 조사 때 생성되는 양보다 비슷하거나 더 많은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또 다른 사례로는 인도 국립영양연구소가 '조사한 밀의 시궁쥐 세포학적 연구'(1975, 바이져라스키)에서 12주간 조사한 밀을 먹였더니 유전자가 여러 쌍을 지닌 세포가 늘어났다며 제기한 문제가 있습니다. 하지만 이는 데이터 누락 등으로 인한 실험오류로 판명되었고, 이후 다른 연구기관들의 연구 결과에서 배수성과 방사선 조사식품 간 상관성이 발견되지 않음을 확인하였습니다.


마무리

현재도 방사선 조사 식품에 대한 안전성에 관한 연구결과가 지속해서 보고되는 만큼 방사선 조사처리 기술이 무조건 유용한 것은 아닙니다. 식품 조사와 관련한 다양한 연구와 보고서를 바탕으로 우리나라는 조사처리의 안정성 등을 확인하여 한정된 품목(감자, 양파 등 26개 품목)을 허용하고 있습니다. 특히 한국원자력연구원은 'RRM(Radiation Response Map, 국가 방사선 반응지도)' 시스템(개발기관 : (주)인실리코젠)을 통해 방사선 조사와 관련한 정보를 통합 데이터로 제공하고 있습니다.





지난 50년과 같이 많은 실험을 통해서 식품에 맞는(식품의 영양은 높이고 유해물질은 없애며 안전한) 최적의 방사선 조사 조건을 찾아내는 노력이 필요합니다. 불 자체는 뜨겁고 위험하지만, 불이 방출하는 열에너지를 통해 식품을 익혀 먹을 수 있고 집을 따뜻하게 할 수 있는 것처럼 방사선을 통해 경제적으로 저렴하게 식품을 더 오래, 더 깨끗하게 보존할 수 있습니다. 이러한 노력의 결실로 방사선 조사처리 식품에 대한 오해가 풀려 식품산업체의 조사처리 기술 사용이 촉진되고 나아가 사회 전체적으로 손실을 최소화할 수 있으면 하는 바람입니다.





[그림8] 우리나라 방사선 선량 허용 기준 (출처:강북구청 공식블로그)


참고
작성 : BS실 조일흠









Posted by 人Co

2019/11/08 09:45 2019/11/08 09: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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