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6년 3월, 전세계의 이목이 우리나라에서 벌어지는 두 바둑기사의 특별한 대국에 쏠려 있습니다. 3월 9일부터 하루이틀 간격으로 5차례 진행되는 이번 대국이 특별한 이유는 이것이 세계 최고의 바둑기사인 이세돌 9단과, 바둑 좀 둘 줄 안다고 알려진 서양의 인공지능 바둑기사간의 대결이기 때문입니다. 바둑 좀 둔다는 이 인공지능 기사는 각종 미래기술 연구에 엄청난 투자를 하고 있는 구글의 대표적인 인공지능 시스템 '알파고'로, 얼마전 유럽의 바둑 챔피언을 꺾고 한껏 기세가 등등한 상태입니다. 1997년 체스판에서 세계 챔피언에 승리를 거둔 ‘딥블루’로부터 시작된 인공지능의 도전은, 2011년 퀴즈쇼 ‘제퍼디’에서 승리를 차지한 ‘왓슨’을 거쳐 이제는 바둑이라는 성역에까지 진출한 알파고로 이어지고 있습니다. 그동안 바둑이 인공지능 분야에서 성역으로 불리었던 이유는 바둑에서 가능한 경우의 수가 엄청나게 많기 때문에 현대의 컴퓨터 기술로는 바둑에서 승리하기 위해 두어야 할 수를 도저히 찾아낼 수 없으리라 여겼기 때문입니다.

그런데 3월 9일에 벌어진 역사적인 첫 대결에서 많은 이들의 예상(혹은 기대)을 깨고 알파고가 불계승으로 승리하는 이변이 일어났습니다. 그리고 다음날 이어진 두번째 대국의 결과는 첫 대결의 충격이 채 가라앉지도 않았던 많은 사람들을 경악하게 만들기에 충분했습니다. 결과는 알파고의 연승. 첫 대결은 경기가 주는 압박감으로 인한 이세돌 9단의 심리적인 긴장과 이로 인한 몇 번의 실수에 의한 패배라고 볼 수 있는 여지가 있었지만 그 다음의 대결이 사람들을 경악케했던 것은 특별한 실수를 하지도 않았고 전체적으로 자신의 경기흐름대로 잘 이끌어가는 것처럼 보였던 이세돌 9단이 중후반부 열세에 몰리며 명백한 패배를 하고 말았기 때문입니다. 많은 사람들은 대등함을 넘어 판을 압도하는 수준의 경기력을 보여준 알파고를 보며 놀라움과 두려움이라는 매우 묘한 감정에 휩싸였습니다.

인공지능이 발전할수록 세상은 분명 더 편리해질텐데 우리는 왜 두려움이라는 감정을 함께 느끼게 되는 걸까요?

오늘날 미국을 비롯한 선진국에서는 산업분야에 인공지능 시스템을 활용하는 비율이 점차 높아지고 있습니다. 과거에는 단순 반복작업만을 해주던 기계들이 인공지능과 결합되면서 이제는 보다 높은 지적 능력이 필요한 분야에도 널리 사용되고 있습니다. 최근에는 인터넷상의 자료를 수집해서 기사를 자동으로 작성해주는 인공지능 기자 ‘워드스미스’부터 구글의 자율주행 자동차와 아마존의 택배관리 시스템 ‘키바’, 그리고 호텔부터 요양원까지 여러 곳에서 다양한 형태로 활용되고 있는 일본의 각종 도우미 로봇 등 실생활에 밀접한 영역까지 인공지능이 진출했거나 진출을 목표로 활발하게 연구되고 있습니다. 유럽에서는 '인더스트리4.0'이라는 슬로건 아래 기존의 제조업에 모바일 기술과 인공지능 기술을 적극적으로 결합시키는 전략을 펼치고 있습니다.



<최근에 출시되었거나 수 년 내 상용화 예정인 인공지능 시스템들
/ 출처 : 각 그림의 하단부에 표시>

그러나 이렇게 승승장구하고 있는 인공지능이 만들어갈 미래의 모습이 꼭 밝은 것만은 아닙니다. 인공지능이 활발하게 활용되는 분야일수록 그 이면에는 그만큼 줄어든 사람들의 일자리가 쓸쓸하게 남아있습니다. 그동안은 비교적 단순한 판단능력을 요구하는 작업에만 인공지능이 사용되었지만, 현재 연구중인 인공지능 관련 기술들이 하나둘씩 상용화되면 지금과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많은 분야에서 인공지능이 사람의 일을 대신하게 될 것입니다.



<미국의 제조업 일자리수와 세계 산업로봇 규모의 변화 / 출처 : IBTIMES>


이대로 가면 앞으로는 인공지능 시스템을 소유하거나 제어할 수 있는 능력이 있는 사람들 - 자본가와 인공지능 전문가들이 사회의 상위계층으로 군림하고 그렇지 못한 사람들은 하위계층에서 살아남기 위해 인공지능과 경쟁하는 암울한 영화같은 일이 벌어지게 될 것입니다.(가디언지의 관련기사) 그리고 사실 - 이미 그러한 일들은 곳곳에서 진행중입니다. 인공지능은 인간 고유의 영역이었던 지식 기반 산업 분야와 서비스업에서 지속적으로 입지를 넓혀가고 있습니다. 최근에는 예술과 같은 창의적인 분야까지도 인공지능이 도전하고 있습니다. 도입부에서 소개한 바둑두는 인공지능 시스템 '알파고' 역시, 일자리라는 관점에서 본다면 사람인 바둑기사가 앉아 있을 자리 하나를 차지하고 들어온 것입니다. 이제 인공지능간의 바둑이나 스포츠 대결을 보게 될 날이 올지도 모르겠습니다. (물론 이 경기를 볼 수 있는 사람은 인공지능에게 생존권을 빼앗기지 않은 사람이겠죠!)
그렇다면 인공지능은 이렇게 암울한 미래만을 만들게 될까요? 꼭 그렇지만은 않을 것입니다. 그동안의 모든 신기술들이 그랬듯이, 인공지능 역시 열심히 익히고 대응하면 오히려 세상을 새롭게 개척할 수 있는 기회로 활용할 수 있습니다. 인공지능이 만들어낼 변화에 어떻게 적응하고 대처하느냐에 따라서 다가올 미래의 온도는 다르게 결정될 것입니다.
인공지능을 만들고 제어하기 위해서 우리는 무엇을 알아야 할까요? 좀 더 쉬운 이해를 위해 몇 년 후 인공지능 바둑 대회에 출전할 가상의 인공지능 로봇을 그려보며 관련 기술에 대해 알아보겠습니다.


인공지능의 주요 연구 분야


<인체 구조로 본 인공지능 주요 연구 분야 / 출처 : 직접 작성>

Machine learning(기계 학습) : 인공지능의 뇌

우리가 그동안 접해온 인공지능은 정해진 패턴에 의해서만 사고하는 수준이었습니다. 이 고정적인 패턴은 자체적으로 바뀌거나 향상될 수 있는 대상이 아니었습니다. 그러나 오늘날의 인공지능은 곳곳에 산재되어 있는 다양한 데이터를 바탕으로 자체 학습을 거쳐 거시적인 그림을 그려내고 그 안에서 최적의 선택을 하는 것에 중점을 맞춰 개발되고 있습니다. 그리고 이 학습으로 향상된 지능은 다음번 판단을 할 때 그대로 활용됩니다. 이렇게 인공지능이 데이터를 바탕으로 자체 학습을 하는 것을 machine learning이라 하는데, 최근에는 빅데이터 기술이 접목되면서 한걸음 더 나아간 Deep learning으로 진화하기에 이르렀습니다. 서두에 소개한 알파고 역시 이 Deep learning기술을 잘 활용한 인공지능의 예입니다.


<생물학적 뉴런과 이를 바탕으로 구성된 인공신경망 / 출처 : 직접 작성>


machine learning을 구현하기 위해서 가장 많이 사용되는 방식은 실제 우리 뇌의 구조를 바탕으로 만든 인공신경망입니다. 입력신호로 들어온 데이터는 가중치에 따른 변조를 거쳐 출력신호로 전달되는데, 이 과정에서 가중치 값이 조정되며 최적화되는 과정이 바로 인공지능의 학습이 됩니다. 알파고의 경우에는 특이하게 신경망을 ‘정책망(policy network)’과 ‘가치망(value network)’ 으로 나누어 구축한 것으로 잘 알려져 있습니다. 정책망은 과거의 기보를 학습시킨 다음 실제 대국에서 전략을 세우는데 활용하는 네크워크로, 그동안 무려 3000만 수 이상의 기보를 학습했다고 합니다. 가치망은 알파고가 자기자신과의 대국을 10만 번 이상 펼치고 여기서 승리했던 수들의 가중치를 높여서 만든 네트워크입니다. 이렇게 신경망은 목적에 따라서 다양한 방식으로 활용할 수 있으며, 인공지능의 핵심이 되는 부분이라 할 수 있습니다.

Computer vision(컴퓨터 시야) : 인공지능의 눈
- 인공지능 시스템이 독자적으로 활동하기 위해서는 학습과 판단능력 뿐만이 아니라 주변의 여러 정보를 정확하게 인지할 수 있는 능력을 갖추어야 합니다. 이 인지능력 중 시각적 인지를 연구하는 분야가 바로 computer vision입니다.

Speech recoginition(음성 인식) : 인공지능의 귀와 입
- 인공지능의 인지능력 중 청각적 인지와 표현을 연구하는 분야입니다.

Robotics(로봇공학) : 인공지능의 몸
- 실제 물리적인 행동으로 나타나는 부분으로, 로봇팔부터 보행 하체, 에너지 공급 장치 등이 연구 대상입니다. 그동안 로봇 관련 연구에서 주가 되었던 분야입니다.

 

마치며

“인류는 열정으로 가득차 있지.
의학, 법률, 경제, 기술 같은 것들은 삶을 유지하는데 필요해.
하지만 시와 아름다움, 낭만, 사랑은 삶의 목적인 거야”

- John Keating in Dead Poets Society

인공지능의 발전과 도전이 계속되며 인간의 지성이 위협을 받는 현실속에서 많은 사람들이 인간의 존엄성에 대한 걱정과 우려를 하고 있습니다. 그렇지만 사람이 사람일 수 있는 가장 큰 이유는 다른 존재보다 뛰어난 지적능력 때문이 아니라 추구하는 가치관이 고귀하였기 때문이었다고 생각합니다. 인공지능이 더욱 발전할수록 우리가 할 지적 노동의 많은 부분을 그들이 대체하거나 도와주게 될 것입니다. 그들이 만들어준 여유 속에서 우리는 우리가 추구하는 궁극적인 가치 - 정의, 평화, 아름다움, 사랑 - 에 더 가깝게 다가서는 삶을 영위할 수 있을 것입니다. 머지않은 미래에 인공지능과 함께 정의에 관해 논할 수 있는 날을 기다려봅니다.

 

참고문헌
인공지능 개론 / 마이클 네그네빗스키(Michael Negnevitsky) / 김용혁 역 / 2nd Ed. / ADDISON WESLEY / 한빛미디어
인공지능 바둑 / 이병두 지음 / 북스홀릭
컴퓨터 비전 / 오일석 지음 / 한빛 아카데미
음성처리와 자연언어 개론 / John Coleman 지음 / 최운호 옮김 / 한국문화사


참고사이트

구글의 자율주행 자동차 https://www.google.com/selfdrivingcar
아마존 로보틱스 : https://www.amazonrobotics.com
Hatteland(노르웨이 회사) 오토스토어 http://autostoresystem.com
영국의 요리하는 로봇 ‘몰리’ http://www.moley.com
일본의 로봇호텔 ‘헨나’ http://www.h-n-h.jp




작성자 : 대전지사 Development팀
서승원 주임개발자

Posted by 人Co

2016/03/21 09:14 2016/03/21 09: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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